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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묵혀둔 루시아 영화를 보고

specificthinking 2020. 8. 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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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나온 홀리오메뎀 감독의 스페인 영화이다. 28회 시애틀국제영화제 관객상 감독상을 수상한 바가 있다.  

 

 

 

 

 

사실 이런 유의 영화를 애초부터 좋아하진 않았다.

어쩌면 단지 무삭제라는 호기심으로 인해 영화를 접근해본 것일지도 모르겠다.

근데 대다수 무삭제 영화는 대단한 예술성을 가미한 작품이 많다는 것을 또한 새삼 알게 되었다.

 

 

 

 

 

대략적인 영화줄거리와 느낌을 얘기해 본다.

마드리드의 웨이트리스인 주인공 루시아는 어느 날 작가인 로렌조를 만나게 되어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사실 그 이전에 사랑하고 있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이미 그가 쓴 소설을 읽고 그에 대한 감정을 가졌으니 가상으로 서로는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연히 카페에서 그를 만나 신비로운 느낌으로 로렌조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여정을 그린다. 어찌 보면 이 영화에서는 우연한 만남에서 필연을 그려낸 것 같다. 그렇게 우연하게 만난 둘은 아주 가까워져 원나잇 정사를 나누게 된다. 그렇게 서로 가까워지고 좋은 시간들을 보내면서 영화적 서사 이야기는 이어진다. 영화의 구성은 시간을 뒤로 갔다가 앞으로 가는 등 굉장히 역동적인 시간적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와의 좋은 시간을 보내느라 로렌조는 글 쓰는 시간의 부족함을 느끼며 고민하기 시작한다. 로렌조는 그 이전에 아름다운 섬, 달빛아래서 이름도 모르는 단지 사는 곳과 요리 잘한다는 사실만 아는 여자와 함께 지내는 시간을 즐겁게 생각했지만 말이다. 이렇게 그녀와의 정사는 영상적으로 굉장히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다. 예전의 영상이지만 지금에 갖다 붙여도 좋은 영감을 주는 영상이라 생각이 든다. 아무튼 그렇게 6년의 연애 결실로 태어난 아이의 소식을 듣게 되었고 아이가 가까운 곳에서 보모에게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들은 로렌조는 충격을 받아 자신이 겪은 이 이야기를 글로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글의 소재가 없던 로렌조는 자신의 이야기가 아이와 맞닿을 수 있는 매개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을 거라 생각해본다. 로렌조는 그때부터 광적인 모습을 보이더니 이야기를 만들어가면서 그것이 현실인지 이야기 속인지 혼돈하게 된다. 보모를 통해 아이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 보이게 된다. 그저 그 소설을 몰래 읽고 있는 루시아 만이 평화로워 보인다. 아이의 지어진 이름도 기가 막히게 지은 듯하다. 달빛 아래 태어난 아이가 루나라니 말이다. 갈등의 갈등 속에 지내던 로렌조는 자신의 이야기 세계 속에서 소재가 될만한 이야기를 마련하다가 결국 크게 일을 그르치게 되어 루나의 생명을 잃게 만든다. 충격으로 정신을 차린 로렌조는 글에 존재하는 자신의 인연들을 다 없애기로 마음먹는다. 글 속에 있는 자신 조차도..

 

이후, 루시아는 로렌조가 써내려갔던 소설 속의 장소 그곳으로 가보려 한다. 로렌조의 죽음을 알고 그곳이 어떤 곳인지에 대한 호기심이 강렬했을 것이다. 신선한 공기와 이글거리면서도 따뜻한 햇살과 푸른 바다를 곁에 두고 지내던 중 로렌조의 죽음과 관련하여 자신과 연루되어 있는 주변 사람들을 알게 된다. (이는 곧 로렌조와 바다에서 정사를 보낸 엘레나와 그 주변인을 의미한다. ) 섬에서의 여유로운 모습들이 중간중간 나오는데 여기서의 영상미 또한 놓칠 수 없다.  햇볕의 강렬함을 강조하여 빛을 조절하지 않은 채 촬영에 임한 거 같은데 어떻게 보면 굉장히 불안해 보이는 심리를 부각했다고 생각한다. 평화롭지만 뭔가 모를 불안함이 있었다. 그 불안함은 곧 자신이 머물고 있는 여인숙에서 나타난다. 그곳은 로렌조와 정사를 나눴던 여인 엘레나의 집이었으며, 그곳에서 묵고 있는 한 남자는 보모(벨렌)의 엄마 애인이었던 카롤로스란 남자였다. 그렇게 그들은 소설속에 존재하면서도 현실에 존재하고 같이 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결국 로렌조가 죽음에서 겨우 살아나 이 섬으로 찾아오면서 모두는 만나게 된다. 개인적으로 보면 로렌조가 죽었으면 더 나았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로렌조가 이야기했듯이“모든 것은 중간부터 다시 시작한다.”라는 것과 같이 인연은 끝나지 않고 서로 아이러니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한 것 같다. 마치 불교에서 말하는 회자정리 거자필반과 상통한다고 보겠다. 다만 불교는 이것이 덧없음을 강조한 것이고, 훌리아 메뎀 감독은 덧없음이 아니라 이방인, 타인들도 서로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 같다. 생각하면 할수록 어려운 내용의 영화였다.

 

다른 것을 다 차치하더라도 화면 조명 및 구성, 음향은 영화를 다시 보고 싶게끔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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